2023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좋은 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는 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좋은 차는 그냥 나에게 있어 좋은 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AD 아반떼를 타고 다녔다. 3년에서 4년 정도 타고 다니는 동안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아반떼도 좋은 차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운전하는 데에 있어 큰 걸림돌 없는 좋은 차였다.
주변 사람들이 제네시스 G70이나 BMW 3시리즈를 타고 다니는 건 어떤지 추천해주기도 했지만, 차에 대한 열정이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사겠죠 뭐" 라고 답변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경제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굳이 차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2022년 하반기였을까. 황선우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읽으면서 컨버터블 차에 관심이 생겼다. 책에서 소개했다. "두 번째 차는 2011년식 미니 쿠퍼 컨버터블 모델이었다. ... 밤의 강변북로에서 속도를 높이고 바람을 맞을 때 나는 내가 사는 도시를 더 속속들이 사랑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구절이다.
그 당시의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회사 생활을 같이 하느라 강변북로를 자주 지나갔다. 그때마다 컨버터블 차로 이 길을 달리면 얼마나 좋을지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차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과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더 컨버터블 차를 자주 생각하게 됐다. 내가 차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갔다.
작고 컴팩트한 차.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이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차. 보면 볼수록 정들고 탈 때마다 애착이 가는 차. 그렇지만 너무 많은 돈이 들지는 않는 차.
그런 차를 원했다.
도로를 주행하면서 미니를 자주 봤다. 신형 미니는 유니언 잭 후미등이 있어서, 밤에 은은하게 영국 국기의 모양이 보인다. 디자인이 매력적이고 독특했다. 큰 차 투성이인 세상에서 빛나는 작은 차다. 카트를 타는 것과 같이 운전 감각도 경쾌하다. 이렇게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미니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새겨진 것 같다.
다음에 차를 산다면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년동안은 차를 살지 말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야 할 차는 정했지만, 지금 굳이 바로 사야 하나 싶었다.
가끔 회사에 출근할 때, 아니면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갈 때, 미니를 운전하는 내 자신을 떠올렸다. 나는 출퇴근을 자동차로 하니까, 매일매일 아끼는 차를 운전하면 재밌을텐데.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좋아하는 차를 타고 훌쩍 떠나면 좋을텐데.
특히 공도에서 내 앞을 미니가 달리는 것을 보면서 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최근 수업을 듣고 있는 AC2에서 멘토에게 내가 지금 자동차를 살지 말지 물어봤다. 멘토 중 한명이 말했다. 아, 그거는 일단 큰 결정이네요.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작은 결정들을 내리면 좋아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일지 작게 확인해보면 어때요?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시승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3월 1일에 BMW 드라이빙 센터에 미니 쿠퍼를 타러 갔다. 여자친구와 함께 타는 경험도 중요했으므로 여자친구도 데리고 갔다. 그렇게 미니 쿠퍼 컨버터블 JCW 모델을 타고 약 40분간 트랙을 돌았다.
시승 전까지만 해도 차가 실제로 내가 원하는 만큼 좋을지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차가 생각보다 작으면 어떡하지? 아반떼랑 운전하는 게 크게 다르지도 않으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막상 한번 타보니까 그런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미니는 생각보다 좁지 않았고 오히려 아늑했다. 나름 추워서 패딩을 입어야 했던 3월 1일이었지만, 뚜껑을 열고 달리는 감각이 아주 좋았다.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이불 속에 들어온 느낌.
바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사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외제차는 감가상각이 심하기에 결정 비용을 아끼고자 개인이 1년 정도 탄 자동차를 중고차 개인 거래로 구입하기로 했다. 운 좋게도 내가 원하던 색깔에 원하는 옵션들이 갖춰진 매물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운전하게 됐다.
색깔이 노란색과 초록색 사이의 어떤 색이어서 귀엽다.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색깔로 내 차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은 한 달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외관에 애착이 간다.
미니 쿠퍼를 탄 지 1년 정도가 지났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뚜껑을 열고 달리는 경험, 경쾌한 주행감, 다른 사람과 다른 차를 운전한다는 느낌이 아주 만족스럽다. 지난 3월 말 벚꽃이 만발했을 때, 여의도 벚꽃길을 뚜껑 열고 달린 경험은 잊기 어려울 것 같다. 더 이상 이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아 있을 기억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원래 차보다 두 배는 비싸다 보니 보험료와 세금이 생각보다 비싸다. 유지비도 많이 든다. 미니 쿠퍼는 고급휘발유를 넣지 않으면 엔진 떨림이 심해져서 꼬박꼬박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 게다가 뒷좌석은 반쯤 장식이기 때문에 세 명 이상 타면 한 사람이 아주 힘들다.
나를 위해서 큰 돈을 쓰는 첫 경험이다. 비록 지금 경제적인 상황이 약간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감당 가능한 범위라면 이렇게 개인의 행복을 위해 돈을 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현재 차를 탄 지는 약 6주 정도가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올해에는 미니 쿠퍼를 일본에 싣고 가서 전국을 일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