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먼저 온 미래

2026년 6월, 고성 아이언맨 70.3에 가면서.

2016년 알파고 이후 바둑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망한 책. 프로그래밍에서의 LLM은 아직 탁월한 사람만큼 문제를 잘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바둑의 알파고는 세계 최고의 인간 기사를 상대로도 언제나 승리한다. AI가 모든 면에서 인간을 앞서고, 그 AI의 수를 인간이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도래했을 때, 업계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알파고 이후 '잘 두는 기사’의 정의는 'AI처럼 두는 기사’로 바뀌었고, 이런 변화를 두고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반겼다고 한다. 그러나 'AI처럼 두지 않는 기사’는 빠르게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결국 'AI처럼 두는 기사’들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AI처럼 두지 않을’ 자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렇기에 이제 사람의 실력은 얼마나 AI와 비슷하게 두는지를 기준으로 매겨지게 되었다. 바둑이라는 경기는 결국 '인간이 둔다’는 전제가 필요하기에 사람이 AI를 흉내 내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사람이 직접 할 필요가 없는 프로그래밍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물론 MCTS 기반의 알파고와 LLM은 아키텍처가 다르기에, AI의 프로그래밍 역량이 탁월한 사람을 넘어서는 시점은 좀 더 뒤가 되겠지만, 언제 상황이 뒤바뀔지 모르는 만큼 미리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구절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바둑을 더 잘 둔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리 달리지만 육상에도 여러 달리기 종목이 있지 않은가? 달리기 선수들의 수입이나 자부심이 자동차 때문에 타격을 입었는가? …

첫째,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동물들이 많이 있었다. 둘째, 많은 사람이 '인간다움’은 신체 능력보다 사고 능력과 더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셋째, 자동차가 사람이 달리는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넷째, 사람이 자동차에게 달리는 법을 배우지는 않는다.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라 국민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술에 대한 공적 통제라는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닮았다. … 기술 통제와 기후위기 대응은 그 필요성을 우리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는 점도 같다. 기술 통제와 기후위기 대응은 모두 경제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지를 쉽게 얻지 못한다.

… 신약 개발이나 대형 건설사업도 지어진 뒤에도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일정 기간 정부기관의 모니터링을 받는다. … 많은 사람이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이게 ‘정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