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신혼여행
2026년 6월, 고성 아이언맨 70.3에 가면서.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판단 원칙으로 삼았던 점들이 명시적으로 글로 드러나 있어서 도움이 되었던 책. 신기하게도 작가 장강명 씨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무척 비슷했다. 내가 늘 이야기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그렇고. 인간은 스스로 자립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사랑보다는 성실의 가치를 믿는 것도 그렇고.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들
우선 내 감정이 중요하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내 인생을 3년을 그런 쓸모없는 일에 낭비하고 싶지 않다. 기회비용도 엄청나다. 그런 일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해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스스로를 가꾸면 3년 동안 장편소설을 최소 다섯 편은 쓸 수 있다.
내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있어야 아내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할 수 있다. 남을 사랑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든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히 애완동물이다. … 인생은 위험하다. '안전한 삶’에 대한 기대는 망상이다. 안전띠는 매야 한다. 그러나 운전이 무섭다고 어디든 걸어 다니겠다는 것은 바보짓이다. 걸어다니다가도 차에 치여 죽을 수 있다.
한국식 결혼식은 우리 생각에 그런 허세와 불필요한 지출의 결정체였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데이와 무척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 소비자들은 모두 그게 허세이고 바보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 그 괴상망측한 예식을 치르고 난 다음에는 합심해서 다음 희생자들을 찾아 나선다. “너희는 몇 평이니? 혼수는 어떻게 했니? 꾸밈비는 얼마나 받았니?” 따위를 물어보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명문대와 똥통대’ 라는 기준을 세웠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기에 ‘인서울’, ‘수도권’, '지방대’라는 기준을 추가했다. 손자 손녀들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어쩌고 하는 긴 디테일을 만든다.
학벌이나 결혼 문제는, 그 부조리에 대해 “X이나 까세요” 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 정체성 문제에 관한 한, 정신적으로 허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믿음이 없기에 정체성을 사회적 지위에서 찾는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좋은 삶’을 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외부 환경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몇몇 성인과 초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물질세계에 형편없이 휘둘린다.
<여행의 기술>에 보면 결국 여행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해. 아무리 좋은 걸 보고,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자기가 기분이 나쁘면 그 여행은 나빴다는 거지.
진짜 새로운 경험은 많지 않다. … 서른이 되자 그런 경험은 거의 남지 않았다. 어떤 신세계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출산이라든가 창업 같은 것.
“그건 사랑이 아냐. 그냥 성실한 거야.” 나 스스로도 내가 사랑이 많은 인간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나를 포함해 인간 두 명, 화분 몇 개, 동물 한두 마리 정도가 고작 아닐까 싶었다. …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보다는 부모의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석양을 기다려서 천천히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저녁 무렵에는 늘 할 일이 있었으니까. 해는 매일 지는 거라고, 구태여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석양 따위는 한가할 때 보면 된다고 느꼈으니까.
왜, <안나 카레니나>에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에 대해 말하는 문장 있잖아.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다 다르다’ 였던가? 그만큼 행복해지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는 뜻인거지. 그중 한 조건만 모자라도 불행한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