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못하면 더 해야지

한 달에 한 번은 자전거 실력을 측정하려고 한다. 자전거 실력은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강하게 페달을 밟을 수 있는지로 결정되기 때문에, 테스트에서는 죽어라 밟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함께 운동하는 오클래스 분들과 자전거 실력을 측정해봤다.

그런데 자전거 실력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나왔다. 원래 FTP는 277와트 정도였는데, 이번에 측정된 값은 260와트. 2달 전 실력으로 돌아간 것이다. 시작부터 심박이 많이 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서 큰일났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1달 동안 너무 쉽게 자전거를 탔나? 평소에는 빡세게 타는 구간을 1주에 1-2번은 넣었는데, 이번 달은 장거리 라이딩에 집중하기는 했지. 월요일에 힘들어 죽을 것 같을 때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나? … 같은 생각들.

답답한 마음에 아쉬워하고 있으니 코치님께서 오히려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셨다. “지금 잘하고 있어요. 잘 해야만 계속 할 거예요? 못하면 안 할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답이 입에서 바로 나왔다.

“못하면 더 해야죠.”

뱉고 보니, 이 말이 내 인생을 관통하는 성공 방정식 중 하나라는 걸 직감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결핍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학창 시절에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게 된 이유는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고, 그게 싫었기 때문이다. 코딩을 열심히 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인터넷에서 보이는 사람들도 나보다 훨씬 코딩을 잘했다. 그런 결핍이 자기객관화 수준을 올려주었고,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영화나 드라마도 스포츠물이나 성장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못해서 더 노력하는 장면들이었다.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주인공 쿠미코가 전국대회에 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처럼. 평소에는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눈물이 없는 편인데, 그런 장면 앞에서는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난다.

최근에는 토스에서 프로그래밍 역량도 많이 올랐고 인사 문제도 웬만한 것들은 다 풀어보다 보니, 살짝 루즈해진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 운동을 하면서 문득 내게 이런 특성이 있었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결핍과 실패가 두렵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못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못하면 더 하면 된다.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