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이불을 사다가

오늘 아침에는 자다가 추워서 깼다. 10월이 됐다고 날씨가 꽤 쌀쌀하다.

7월부터 자취를 시작하고 여름 이불로만 견디고 있었는데, 슬슬 두꺼운 이불을 살 때가 된 것 같았다. 사계절용 아니면 겨울용으로,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이불.

먼저 오늘의집이나 네이버쇼핑에서 이불을 검색해봤다. 이불 종류가 정말 많더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곳도 있고, 자신들의 장인정신 스토리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자극적인 상품 소개 이미지가 길게 늘어져 있다. 긍정적인 사용자 리뷰를 캡처해서 대문짝만하게 굵은 글씨로 강조한다. 다른 회사 제품과 자사 제품을 한 눈에 표로 비교한다. 이불 이름은 프랑스어에서 따 와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정가가 얼마인데 추석 연휴동안에만 18% 할인을 하니까 얼른 사라고 한다.

각종 자극적인 상품 소개를 보다 보니까 어지러워져서 원래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순간 잊어버리게 되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약간 정신을 차렸다. 내가 원래 뭘 하려고 했더라? 그래, 이불을 사려고 했었다.

잠깐 이메일을 보다가 테클라라고 하는 브랜드에서 뉴스레터가 온 걸 발견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타월과 침구를 구입했었는데, 품질이 좋아서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우연하게도 자신들의 이불을 한번 살펴보라는 뉴스레터였다. 좋아하는 브랜드였기에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30분 정도 전에 힘들게 X 버튼을 연타해서 껐던 팝업이 없었다. 사이트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었고,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구매 결정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만 적혀 있었다. 세심하게 찍은 상품 사진을 보면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격이 국내 것의 3배여서 쉽사리 구입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쇼핑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체감할 수 있었다.

테클라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군더더기 없고,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지만, 품질에 자신 있고, 특색 있으며, 조용한 서포터가 있는, 그런 브랜드. 쓸데없이 고급스럽지 않고, 단순하며, 경험한 사람들은 크게 만족하는 브랜드. 모든 사람들을 조금 만족시키기보다는, 일부 사람들을 크게 만족시키는 브랜드. 나는 그런 브랜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