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의 열 달
잠실에서 열 달 정도 살았다. 살기 참 좋은 동네다. 백화점과 마트가 지근거리다. 공원이 많아서 석촌호수, 한강, 올림픽공원을 산책할 수 있다. 평지이기에 어디든 뛰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도로는 시원하게 뻗어서 정돈되어 있고 길 찾기도 편하다. 대단지 아파트촌이기에 안전하다. 강남까지는 전철로 10분 거리이기에 출퇴근이 편하다. 자잘한 것까지 하면 살았던 곳 중에 이만큼 편했던 곳이 없었던 것 같다.
고향이라거나 익숙하다는 느낌은 덜하다. 여전히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정체성은 여전히 본가에 가 있는 것 같다. 평일에는 회삿일에 바쁘고 주말에는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동네에 자주 있지 못해서일까? 이따금씩 고요한 집에 돌아오면 왠지 느껴지는 허무함과 외로움 때문일까? 집이 집이라기보다는 잠깐 머무는 호텔같은 느낌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만큼 동네를 사랑할 수는 없다. 잠실은 그저 잠실일 뿐이다.
사는 공간과 지역을 사랑하고 싶다. 집과 동네에서 오는 은은한 행복이 그립다. 집을 보다 원하는 물건으로 채워야겠다. 그리고 동네에서 내가 사랑하는 단골 가게를 하나쯤은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