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경험소비

#1. 가족과 떨어져 지낸지 1년 반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10~15분 거리의 지근거리임에도 가족을 자주 보기 쉽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의 기회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 의도적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 기회를 자주 잡고 있다. 1년에 1~2번 정도는 국내 또는 해외로 여행을 가서 돈독하게 지내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10월에는 속초에 가서 원하는 만큼 바다를 보다 왔다.

가족과 보내는 여행의 순간들을 보다 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즈모 포켓 3 카메라를 샀다. 쉽게 브이로그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인데 성능이 상당하다. 화질도 좋고, 내가 걸으면서 보고 있는 순간들을 떨림 없이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삼각대로 홀로 설 수 있어서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순간을 찍기도 편하다.

영상을 찍은 다음에 CapCut 같은 소프트웨어로 편집하는 것도 재미이다.

가격이 좀 있어서 구입하기 전에 많이 망설였는데 구입하기 잘했다.

#2. 바닥 청소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있거나 먼지가 발로 느껴지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원래는 진공청소기와 밀대로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닦아줬다. 그런데 혼자 살고 회사일이 바쁜 탓에, 매일 청소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뒷받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약간 더러운 상태로 살고는 했다.

매일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시간 15분, 밀대로 바닥을 닦아주는 시간 10분이 아깝기도 해서, 큰 마음 먹고 로봇청소기를 샀다. 12평 1.5룸 집에 무슨 로봇청소기를 사냐 싶었는데, 막상 사고 보니 왜 진작 안 샀나 싶다. 매일매일 청소기가 머리카락을 없애주고 먼지를 닦아주니까 삶의 질이 아주 다르다. 이제는 마루에 그냥 누워 있어도 될 정도…

로봇청소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전보다 훨씬 에너제틱하게 산다. 집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줄고, 직접 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한 상태로 지내니까 즐거워서 그런 것 같다.

#3. 무의식적으로 소비를 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다. 물건이 많은 상태를 싫어하고, 사치스럽게 살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데 로봇청소기나 카메라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들에는 보다 소비를 늘려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돈을 아끼기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음.

최근 폴 그레이엄의 “How to lose time and money” 에세이를 읽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부자가 가난해지는 것은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 아니라, 돈을 잘못 투자했기 때문에 그렇다. 시간을 버리는 것은 놀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한 곳에 시간을 써서 그렇다고. 시간을 보다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곳에 쓸 수 있도록, 돈을 좀 투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