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샤워부스

매일매일 혜택을 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집, 매트리스, 자동차, … 너무 사치스럽지는 않아도 은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큰 행동변화를 만든다고 믿는 편이기에.

한편으로 지금 집에 이사 오기 전에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샤워부스의 부재이다. 늘 가족과 함께 살아왔던 터라 항상 씻는 곳에는 샤워부스가 있었다. 씻는 것에 있어서는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10년 넘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혼자 살게 되면서 새로 이사한 집에는 평수가 작아서 샤워부스가 없다. 대신 좁은 화장실에서 세면대와 샤워기를 하나의 수도꼭지에서 같이 사용해야 하는 형태이다. 샤워를 하면 바닥이 흥건해지고 화장실이 더러워지니까 나쁜 경험를 반복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막상 한달 반 정도 살아보니까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질 수 있는 불편이다.

오늘 아침에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그 기회를 모아서 이따금 특별한 행복을 찾는게 좋지 않을까. 무덤덤한 불편은 금세 잊히지만 강렬한 새로움과 행복은 오랫동안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