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박서진

규칙성과 단조로움의 사이

길었던 6일 연휴의 마지막 날. 집안 정리를 하면서 연휴동안의 하루하루를 돌이켜보았다.

연휴동안의 하루하루는 무척 규칙적이었다. 아침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난다. 여자친구와 전화 한 통을 하고, 냉장고에서 아침을 꺼내서 데워먹는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다가 책이 싫증이 나면 집안을 정리한다. 점심은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해먹는다. …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나가고, 밤 11시 즈음이 되면 잠이 쏟아져서 잔다. 뭐 그런 식이다.

생각해보니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훨씬 규칙적으로 산 것 같다. 아무래도 규칙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그것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물청소, 이불 개기, … 집안일이라고 하는 게 다 대체로 규칙적인 일이기 마련이다.

나는 규칙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매일의 일을 끝마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준다. 오늘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침대에 퍼질 필요 없이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혼자 살면서 생긴 이런 변화가 무척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규칙성과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 있다면 단조로움일 것이다. 규칙적으로 살려고 하다가 자칫하면 목적 없이 매일매일의 삶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개성 없는 삶은 싫다. 삶에 변화와 목적성이 있는 것이 좋다. 규칙성에서 얻는 에너지를 변화하고 삶의 목적을 이루는 데에 쓰고 싶다.

일본 전국을 신칸센을 타고 돌아다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많은 일본의 지방도시에 들렀다. 한국의 여느 지방도시도 그렇겠지만 일본의 지방도시에서 사는 것은 대체로 단조롭다. 무채색에 가까운 삶이 이어지는 곳도 있다. 도시 중앙부에 이온몰이 있고 사람들은 경차를 타고 다니면서 매일매일의 삶을 반복한다. 위치만 다르지 삶의 양식은 거의 비슷하다. 반대로, 어떤 곳은 뚜렷한 목적성이 있다. 우동에 진심이거나, 고택들이 그대로 거리에 보존되어 있다. 도시 중심부 거리에 가로수가 아주 높게 자라서 차도까지 그늘진 곳도 있었다. 개성 있었던 도시들은 아직까지도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개성 없는 도시들은 이름도 거의 잊어버린 듯 하다.

단조롭지 않고 규칙적으로 살기. 삶이 단조로워지려고 할 때마다 한번씩 떠올려보고 싶어서 간단히 메모해 둔다.